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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서해를 가로막아 만든 드넓은 간척지.

거대한 유리 구조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가로 750미터, 세로 165미터, 축구장 면적 17배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리 온실입니다.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고 빛과 온도, 습도를 자동 제어하는 첨단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대기업인 동부가 수출 시장을 겨냥해 직접 토마토 재배에 뛰어든 현장입니다.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30톤씩 토마토를 생산해 절반 정도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홍석(동부팜화옹 영농팀장) : "일본 시장은 아시는 바 대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품질 규격이 우리나라 내수의 상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우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그 품질 규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유리온실의 앞날은 밝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생산을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사업자인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팜화옹이 최근 사업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 유리온실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놓고 왜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을까요?

대기업의 영농 참여를 둘러싼 논란,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이 유리온실은 수출을 위한 대규모 재배시설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지어졌습니다.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말 공사를 끝냈습니다.

사업자인 동부가 3백80억 원을 투자했고, 지반을 다지고 지열 난방시설을 갖추는 데 국비도 100억 원 넘게 들었습니다.

육묘장 등을 뺀 순수 재배 면적만 10헥타르.

1년에 토마토 5천 톤을 생산해 모두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지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첨단 시설을 활용한 경험을 살려 일반 농가에도 최신 기술을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준공 직후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농민 시위 : "대기업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농민들은 규모가 뻔한 수출시장을 대기업이 빼앗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생산한 토마토 모두를 수출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국내에 유통될 거라고도 우려했습니다.

<인터뷰> 임승화(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부회장) : "기업에서 생산해서 동일한 시장을 놓고 동일한 품종을 갖고 같은 소비자를 상대로 해서 싸우는 것이 골목상권 침투 아닙니까?"

농민들에게 비료와 농약 등을 판매하는 회사가 직접 재배에 뛰어들어 농민들과 경쟁하려는 것이라며 거센 항의를 쏟아냈습니다.

놀란 동부 측은 전량 수출을 거듭 약속했습니다.

농협과 농민단체의 지분 참여와 사외이사 선임 등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동부가 판매하는 농자재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동부는 결국 지난달 26일 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선기(동부팜한농 홍보팀장) :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농가 분들이 호응하지 않고 또 농가 분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없는 영농사업이라고 하면 지금 현재로서는 더 이상 추진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을 하여서 결국은 중단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이 유리온실은 이제 새 주인을 찾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무릅쓰고 인수에 나설 다른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

생산 차질은 불가피합니다.

이미 수확을 시작한 5헥타르에서는 토마토를 계속 따내고 있지만, 아직 모종을 심지 않은 나머지 5헥타르는 방치될 처지입니다.

<인터뷰> 조홍석(동부팜화옹 영농팀장) : "이 모종은 계획대로라면 올 4월경에 우리 유리온실에 옮겨 심을 예정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희 동부가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생산을 중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이런 파국까지 맞게 됐을까?

먼저, 토마토 수출량에 대한 예상과 기대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화옹 유리온실에서 생산할 5천 톤은 지난해 국내 토마토 농가가 수출한 4천2백 톤보다 많은 양입니다.

약속대로 기존 수출시장을 빼앗지 않고 국내 유통도 하지 않으려면, 단번에 수출 시장을 두 배 이상으로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지만 불가능하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임승화(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부회장) : "일본은 70만 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이. 그리고 일본의 소비량은 70만 톤에서 75만 톤 사이입니다. 그래서 토마토라는 것은 자국 농민들이 생산한 걸 가지고 자급자족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북 정읍의 한 토마토 농가.

올해 작황이 썩 좋지 않은데다, 최근 가격마저 내려 시름이 큽니다.

예년 같으면 가격이 꾸준히 오를 시기인데도 이달 들어 갑자기 도매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병권(토마토 재배 농민) : "화옹지구에서 뭐 4월 초순부터 나온다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우선 마음이 그쪽으로 가 있겠죠. 많이 나온다는 양,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그쪽으로 가 있고, 우선 이런 소농에서 농사짓는 토마토는 등한시하겠죠."

국내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화옹 유리온실에서 토마토가 대량 생산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도, 동부 측도, 이런 반응을 과소평가한 것이 반발을 키운 셈입니다.

<인터뷰> 이대종(전농 정책위원장) : "지금 현재 농민들을 가지고는 경쟁력도 떨어지고 그러니까 그 어떤 희망이 없다 이런 거 아닙니까? 그래서 외부의 어떤 자본을 큰 자본을 끌어와서 이걸 가지고 세계와 경쟁을 해봐야 된다 이런 건데, 말이 안 된다고 보는 거죠. 농업을 완전히 파괴하고 농업이 가지고 있는 생산력, 생산성을 재벌한테 넘겨주는 걸로 저희는 보는 거죠."

하지만,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느슨했습니다.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농민들과 협의나 조율을 하기는커녕 반발의 정도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안용덕(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 : "농민단체 쪽에서 탄원서 같은, 그런 거를 제출한 거는 있습니다. 국회라든가 그런 쪽에 제출한 건 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업자가 중단하게 될 것까지는 생각을 못했고요. 예상을 정확히는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대기업과 외부 자본의 농업 진출이 이번 일로 중단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태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농업 내부의 힘만으로 풀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에요. 외부 압력이 너무 세고 그 다음에 농업 내부라는 게 고령화돼 있고, 그렇죠? 그런 문제 때문에 외부의 힘이 필요한데, 외부의 힘이라는 게 기업이 가진 기술이라든가 자본이라든가 그런 게 좀 필요합니다."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족농 위주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직접 경영도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정부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꾸준히 꾀해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정부는 2009년 농업인의 지분을 10%만 포함해도 농업회사 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인터뷰> 안용덕(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 : "정부 재정이라든가 농업계 내부 자본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민간의 자본이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우리 농업의 내부로 들어와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규모화라든지 전문화 그런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쉬워지자, 한화와 동부, 이랜드, 농협 등이 뛰어들었습니다.

대부분은 유통과 비료 제조 등에 치중해왔는데 이번에 동부가 직접 재배에 참여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민들과 대기업의 상생은 불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대기업이 가공과 유통, 수입 대체 작물재배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농민들과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태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을 해가지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그런 방법이 있고 그 다음에는 수요 확대인데요. 수요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수요를 확대하는 방법이 있고 수출을 통해서 수요를 확대하는 방법이 있는데, 예를 들면 기업이 수출을 통해서 수요를 확대하는 방법 이런 길을 찾는 데는 기업이 상당히 유리한 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직접 재배를 할 경우에는 계약재배와 공동수출 등으로 농민들과 이득을 나누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

아예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자는 의견.

경쟁력 있는 농가가 모인 법인체를 키워 농업 경쟁력을 강화해가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강대성(농협 안성교육원 팀장/농학박사) : "국민의 식량주권 문제, 그리고 다원적 기능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면 다양한 농업 법인체 즉 자본가형 대기업이 아닌, 가족형 가족단위의 법인체를 다양하게 육성하는 게 오히려 더 장기적인 면에서 우리 농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이런 논란 속에 정부는 기존의 기업농 육성 정책을 그대로 밀고 간다는 입장입니다.

계획대로 새만금과 영산강 간척지에는 화옹 지구보다 더 큰 규모의 농업회사를 육성할 예정입니다.

새만금 지구에 3개, 영산강 지구에는 5개 사업자를 이미 선정했고,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의 대량 생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처지.

사업 예정 회사 중 상당수는 이번 사태 이후 사업 포기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녹취> 사업 예정회사 관계자 : "지금과 같은 상태로 사업 추진이 된다고 했을 때는 분명히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재검토와 그러한 것들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화옹 유리온실 사업은 농업에도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부른 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농민들을 보호하라는 목소리, 우리 농업의 미래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

둘 다 틀린 말이 아닌데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하고 있습니다.